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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원연구소공감]대표 :: 세종이야기꾼 :: 실록연구자 :: 소통 디자이너 :: 010-8014-7726 :: chewonoh@gmail.com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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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공감 06_세종과 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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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享生生之樂, 세종실록 24년 1월 7일]

세종과 더불어, ‘나와 다른 당신’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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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하는 한성부漢城府에서 보고가 올라옵니다. 근래에 서울 도성 안에서 하룻밤에도 두세 곳씩 방화로 인해 화재가 일어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세종실록 8년 2월 12일).

그로부터 3일 후 한양에 큰 불이 납니다. 현재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하게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경시서京市署와 북쪽의 행랑, 중부·남부·동부의 인가 2천여 호가 연소되고, 사망자는 32명이나 되었습니다.


이렇게 위급한 때 하필 세종은 강원도로 군사훈련인 강무講武를 떠나 서울에 없습니다. 이에 중전인 소헌왕후는 세종을 따라 나서지 않은 신료들을 소집하여, 불끄기를 진두지휘합니다. 이날 점심 때 일어난 불은 저녁에 진화가 되었고, 다행히 나라의 뿌리를 상징하는 종묘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세종실록 8215일).


강원도에서 강무하던 세종은 화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서울로 돌아갈 차비를 합니다(세종실록 8년 2월 16일). 그런데 그 사이에 또 큰 불이 일어납니다. 현대의 구치소에 해당하는 전옥서典獄署와 행랑 8간, 종루鍾樓(현재 보신각) 동쪽의 인가 2백여 호가 연소되었습니다(세종실록 8년 2월 16일). 당시 한양 내 인가가 18,794호였는데(세종실록 지리지), 이틀간 약 13%가 연소되는 큰 사고였습니다.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화재로 인해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불이 번지지 않은 집에서도 황급히 화재를 피하다가 재산을 전부 망실하였습니다(세종실록 8년 2월 16일).


서울은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었겠지요. 이에 세종은 화재를 입은 백성들에 대한 식량・치료・장례 등의 지원책(세종실록 8213일), 그리고 집을 지을 재목을 마련할 방도를 지시합니다(세종실록 8219일). 또한 주택 바깥에 방화벽을 쌓고, 성내의 도로를 넓게 만들어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등 화재 방비책을 수립합니다(세종실록 8220일). 불탄 가옥의 보수를 위해 별요別窰를 설치하여 싼 값으로 기와를 보급하게도 합니다(세종실록 8229일).


가장 획기적인 정책은 소방청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하고, 24명으로 행정조직을 구성한 것입니다(세종실록 8226일). 아울러 금화도감에서 소방할 때에는 통금시간에도 출동할 수 있도록 신분증을 제공하는 등 상설기관으로서 소방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합니다(세종실록 8년 3월 3일).


이어서 소방관에 해당하는 금화군禁火軍에 대한 정책을 보강합니다. 급수를 지원해줄 인원과 소방장비 지급에 대한 세부 사항, 그리고 소방에 공로가 있는 금화군의 포상책 등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합니다(세종실록 13년 5월 13일).


대통령 공약사항 중 하나였던 소방청 독립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7/26에 이루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박근혜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신설한 국민안전처에 소방 사무를 흡수시킨 바 있는데요. 이번에 국민안전처를 폐지하며,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소방청을 신설한 것입니다. 소방 조직이 독립 기구로 개편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소방청 독립에만 박수칠 일이 아닙니다. 이젠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까지 소방관이 대부분 지방공무원의 신분이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예산으로 인한 고충이 컸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목장갑을 끼고 화재현장에 나선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요. 이제 소방청으로 격상한 만큼 국가가 소방관의 안전과 자존감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소방관은 국민을 보호하는 국민입니다.


* 참고문헌 :

1.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2. 경향신문, 2017-07-20, 「중소기업청 ‘부’로 격상하고 소방청 신설」.

3. 소방방재신문, 2017-07-21, 「역사상 첫 단독 소방청 탄생… 세부 조직 초읽기」.

4. 인사이트, 2017-06-08, 「'소방청 부활'로 개선 기대되는 소방관들의 처우 5가지」.

5. 한국경제, 2017-05-10, 「지자체 예산 없어 목장갑 끼고 출동하는 소방관…'국가직 공무원' 숙원 이룰까」.


(사진 : 인사이트)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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