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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원연구소공감]대표 :: 세종이야기꾼 :: 실록연구자 :: 소통 디자이너 :: 010-8014-7726 :: chewonoh@gmail.com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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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공감 04_세종과 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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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享生生之樂, 세종실록 24년 1월 7일]
세종과 더불어, ‘나와 다른 당신’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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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나날이 이어지더니, 오늘은 급기야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는 ‘긴급재난문자’까지 받았습니다.
재난 수준의 더위를 세종은 어떻게 해결하셨을까요?


때는 바야흐로 52세 되던 해의 여름.
세종이 “전에는 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더위가 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아마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상태에서도 훈민정음 창제와 그 후속 작업들에 매진하며 체력이 고갈되셨을 듯합니다.
그러니 더위 무서운 줄 모르고 살던 분이 ‘요즘 들어 나도 더위를 먹더라’고 말씀하셨겠지요.


“손으로 물장난을 했더니 더운 기운이 저절로 풀렸다.”
참으로 소박하게, 세종은 더위 탈출법으로 해수욕도 뱃놀이도 냉수마찰도 아닌, 물에 손 담그기가 최고라고 추천합니다.
이마저도 혼자 즐기기 미안하셨는지,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죄수가 감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 간혹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세종은 입으로만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즉각 행동으로 옮깁니다.
“더운 때가 되면, 동이에 물을 담아 감옥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에게 간혹 손을 씻게 하여, 더위 먹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죄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복지정책을 제안하고는 이것이 상시 운영되도록 법제화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이 법이 있었는지 상고하여 아뢰라”고 집현전에 하명하시지요. (세종실록 30년 7월 2일)


그리고는 그 다음 달에 현재의 시도지사에 해당하는 각도의 감사들에게 명을 내립니다.
“1. 매년 (음력) 4월부터 8월까지는 감옥에 새로 냉수를 길어다가 자주자주 바꿔 놓을 것.
1. 5월에서 7월 10일까지는 한 차례 희망자에게 몸을 씻게 할 것.
1. 매월 한 차례 희망자에게 머리를 감게 할 것.
1. 10월부터 정월까지는 감옥 안에 짚을 두텁게 깔아 보온에 힘쓸 것.
1. 목욕할 때에는 관리와 옥졸이 직접 검찰하여 도망하는 것을 막을 것." (세종실록 30년 8월 25일)


7월 7일은 소서小暑, 즉 ‘작은 더위’라 불리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장마 뒤의 후텁지근함이 불쾌지수를 높이는 이런 때일수록, 나와 만나는 이에게 싱긋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시원한 온정’을 보내는 배려를 보이면 어떨는지요?
‘내가 이렇게 더운데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염려하던, 나의 고통을 미루어 남을 배려하는 세종의 마음을 떠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참고문헌 : 
1.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2. 뉴시스, 2017-06-14, 「‘빨리 온 무더위' 노인 등 취약계층 폭염 비상」. 
3. 민중의소리, 2017-07-05, 「초복, 30도 넘는 무더위...대체 어떤 날이길래?」. 
4. 브레이크뉴스, 2017-06-23, 「경기도, 무더위 쉼터 6천여 개 운영…취약계층 ‘집중 케어’」. 
5. 시민일보, 2017-06-29, 「중랑구 면목3·8동 주민센터, 7·8월 무더위 취약계층 얼음물 제공」. 
6. KBS뉴스, 2017-06-20, 「때 이른 무더위…여름이 두려운 쪽방촌」.


(사진 : 민중의소리)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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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8 [실록공감-나와 세종을 실록하다] 시간에 강의했던 내용을 첨부합니다.

재위 1년째 되던 해는 세종이 이제 걸음마를 해나가는 때였습니다.

서슬퍼런 아버지 태종의 주변 정리가 즉위년에 있었고, 그 다음해에는 차분하게 업무를 익혀가는 세종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발언을 통해 신하들의 정치적 견해, 사람 됨됨이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 보였지요.

그래서 세종 1년의 열쇠말을 '지인知人'으로 정하였습니다.

맹자는 지인, 즉 '사람의 됨됨이를 아는 법'으로 언어, 표정, 사상에 대한 시비, 선악, 진위, 득실의 변별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세종이 말을 통해 본, 신하에 대한 평가가 실록에 기재될 것입니다.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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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1 [실록공감-나와 세종을 실록하다] 시간에 강의했던 내용을 첨부합니다.

세종실록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에 우선, 태종이 겪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소개하였습니다.

'성군 세종'이 아닌, '인간 이도'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세종에게 영향을 준 인물인 아버지 태종을 소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녕에서 충녕으로 세자를 변경하고, 그 바로 두달 여 만에 왕이 교체되는 빠른 호흡의 사건과 인물 등을 다루었습니다.

1418년 스물 두 살의 젊은 왕 세종, 그리고 그를 왕으로 훈련시키는 태종의 입장에서, 그 한 해를 돌아보며 '열쇠말(키워드)'을 '통痛'으로 맺음하였습니다.

태종도 세종도 아픈 한해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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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공감 03_세종과 윤대輪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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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享生生之樂, 세종실록 24년 1월 7일]
세종과 더불어, ‘나와 다른 당신’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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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래로 이와 같은 가뭄은 보지 못했다”고 한탄할 정도로, 세종이 재위한 지 7년째 되던 해에는 한재가 극심했습니다(세종실록 7년 7월 7일). 이에 세종은 “죄는 실로 나에게 있다” 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립니다. 전통시대에는 하늘이 가뭄・홍수・혜성 등의 이상 기후・천문 현상을 통해 위정자를 견책한다고 여겼으며, 위정자는 이를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세종은 자신 혹은 법령의 잘못됨, 민생의 괴로움을 숨김없이 말하여, “나의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근심하는 지극한 심정에 도움이 되게 하라”는 왕명을 내립니다(세종실록 7년 6월 20일).


그러자 3일 후, 110명 이상이 제안한 스물세 가지 개선책이 보고됩니다. 그 중 하나는 ‘윤대輪對’라는 왕에 대한 신하의 일대일 대면 보고였습니다. “4품 이상의 관료들에게 매일 차례대로 왕에게 대답하게 하여 언로言路를 더욱 넓히고, 아랫사람이 자신의 심정을 다 아뢰는 과정을 통해, 신하들의 그릇되고 올바름을 살피시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신료들이 다 모인 조회朝會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왕과 둘만 남게 되면 허심탄회하게 속사정을 표현할 수 있겠지요. 또한 고위직뿐 아니라, 중간급 직위의 신하와도 소통함으로써 그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면, 그 다스림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터입니다.
윤대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세종은 즉각 수용합니다. “동반東班(문관)은 4품 이상, 서반西班(무관)은 2품 이상이 매일 들어와서 대답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립니다(세종실록 7년 6월 23일).


윤대에 임한 신료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경창부慶昌府 소윤少尹(정4품, 궁궐 내 업무 관리) 고약해高若海는 윤대에 들어 아뢴 일이 무려 50여 조목이나 될 정도였습니다(세종실록 7년 7월 15일). 
윤대에서 제출된 제안은 국정 운영에 적극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성균관에 온돌과 목욕탕을 설치하고, 항상 의사를 보내 학생을 치료하도록 조치를 취하는데, 이는 그 이틀 전의 윤대에서 성균관 대사성大司成(정3품, 현재의 서울대총장) 황현黃鉉이 학생들이 습질濕疾에 걸리는 일이 많다고 보고한 바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세종실록 7년 7월 19일).


최근 타인의 의견을 전면 배격한 국가 지도자의 발언이 보도되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 전인 당선자 시절에,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므로 “같은 내용을 같은 단어로 매일 들을 필요가 없다”며 국정 브리핑의 불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마저 ‘고립주의’를 내세우던 그였건만, 대통령 취임 후 거의 매일 정보기관의 대면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가 그래픽・표・사진 등 “이미지화된 정보 브리핑을 선호하는 탓에 정보의 민감성과 정보 수집 과정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윤대라는 민감성 높은 소통을 통해 신료와 유대를 형성하고, ‘민생의 괴로움[民生之疾苦]’을 해결하고자 했던 세종, 그리고 그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트럼프의 사례를 우리의 위정자들은 참조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십상시十常侍’나 ‘문고리 3인방’과 같은 특정 소수 세력이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아울러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가 행해지기를 바랍니다.


* 참고 문헌
1.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2. 조선일보, 2017-05-31, 「트럼프, 정보기관 대면보고 매일 받아… 킬러 그래픽 이용한 브리핑 좋아해」.
3. SBS 뉴스, 2016-12-12, 「일일 브리핑 필요 없단 트럼프, "난 똑똑해…같은 단어·같은 내용"」.


(사진 : 뉴시스, 2017-06-23)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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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공감 02_세종 가족 음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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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享生生之樂, 세종실록 24년 1월 7일]
세종과 더불어, ‘나와 다른 당신’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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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예술창의교육의 수혜자였습니다.
맏형 양녕대군이 14년간 세자로서 '군주론' 입시교육을 받은 데 비해, 셋째 아들인 충녕대군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본인이 선택한 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태종은 어린 충녕에게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평안하게 즐기기나 하라" 고 말한 바 있는데요.
이는 어찌 보면, 세종에게 언감생심 왕좌에 곁눈질도 주지 말라는 경고를 한 셈입니다. 
이러한 태종의 심중을 이해했는지, 세종은 공부 외에, "글씨와 그림[서화書畫]·아름다운 돌[화석花石]·현악기 거문고와 슬[금슬琴瑟] 등" 예술을 즐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이론까지 섭렵하지 않은 바가 없었습니다(태종실록 13년 12월 30일).


이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세종은 음악에 마음을 많이 쓰셨다고 전해집니다(성종실록 9년 11월 7일). 
세종이 어린 시절에 거문고를 잘 타서, 형인 양녕에게 가르쳐줬고, 그래서 둘 사이가 좋았으며, 형제의 그 화목한 모습을 아버지 태종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실록에 기록되어 있고요(태종실록 13년 12월 30일).
나중에 일가를 이루어서는 아들들에게 음악을 배우도록 권했답니다(세조실록 총서).
세종에게 음악이란 화합의 방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실록을 보면 <세종 가족 음악회>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종친들이 모인 어느 날, 세종의 차남인 수양대군(이후 세조)이 피리를 불자, 자리에 있던 종친들이 모두 감탄합니다. 
그리고 학이 날아와 뜰 가운데에서 춤을 추는데, 나이 어린 금성대군(세종의 육남)이 이것을 보고는 홀연히 일어나서 학과 마주서서 춤을 춥니다(세조실록 총서). 
저는 실록에서 이 대목을 읽고는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았는데요. 
한 폭의 그림이 절로 그려졌답니다.


2015년부터 세종이 누워 계신 여주 영릉에서 세종의 이야기, 그리고 그 내용과 연관 있는 우리 음악을 함께 들려드리는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세종이야기꾼'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세종의 가족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세종 가족 음악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딱딱한 인문학 강좌에서 벗어나, 우리네 일상에서 소통되는 조선왕조실록, 그리고 '인간 세종'을 추구하며, 관객들과 가까이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록으로 공감해가는 세종이야기꾼, 그리고 [실록공감]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2. 『세종이야기 풍류방』 원고.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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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공감 01_세종의 지방수령 면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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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享生生之樂, 세종실록 24년 1월 7일]
세종과 더불어, ‘나와 다른 당신’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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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백성을 구휼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변계량卞季良은 관리의 “사람됨을 잘 알고 쓰는 것”이 제일이라고 대답합니다. 정초鄭招는 “새로 임명된 수령은 전하께서 반드시 직접 면담하시와,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을 살피신 다음에 부임케 하면 수령으로서도 적격자를 얻을 것이며, 백성도 진실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 방법을 제시합니다(세종실록 1년 1월 30일). 


실제로 그 후부터 세종은 발령지로 내려가기 전의 지방 수령을 직접 면대하여 “수령은 임금의 근심하는 마음을 나누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니, 그 임무가 지극히 중대하다. 그대들은 나의 마음에 부응하여 백성을 어루만지고 폐해를 제거하는 데 힘쓰라”며 ‘협치’를 당부합니다(세종실록 7년 12월 7일). 또한 이미 근무 중인 수령에게서는 해당 지역의 현황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 6년간 시행해오던 어느 날, 세종은 고위직뿐 아니라 하위직 수령에게까지 면담을 확대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전에는 2품 이상인 (고위직의) 수령만을 접견하였으나, 내가 자세히 생각하여 보니, 시골의 먼 곳을 내가 친히 가서 다스리지 못하고 어진 관리를 선택하여 나의 근심을 나누어 보내는 것이니, 그 임무가 가볍지 않다. 그런 까닭에 2품 이하의 수령도 친히 보고 보내도록 하겠다”는 말씀이지요(세종실록 7년 12월 10일). 이렇게 세종은 중앙 정부와 지방간의 소통을 정례화・법제화・정책화 하여, 민생에 가까운 정치를 실행하고자 노력합니다.


오늘(6/14) 신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도지사들은 각 지역의 현안을 공유하며 그 해결책을 구하는 한편, 국정 운영에 협조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합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약속하고, 더 나아가, 시도지사 간담회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례화하고, 향후 개헌을 거쳐 제2국무회의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어딘가에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요? 어릴 적 꿈이 역사학자였다는 문 대통령께서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세종처럼 소통하는 정치를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1.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2. 뉴스핌, 2017-06-14, 「문 대통령 "시·도지사 간담회 정례화…제2국무회의 예비모임"」.
3. 연합뉴스, 2017-06-14, 「이시종지사, 오송3산단 조성 지원 등 대통령에 건의」.
4. 이데일리, 2017-06-14, 「최문순 강원도지사, 文대통령에 “돈·권력, 분산시켜 달라”」.

(사진 : 뉴스핌)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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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적인 가뭄이라는 뉴스가 연이으며, 기우제를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들 했는데, 어제부터 반가운 비가 내려준다.

그야말로 희우喜雨가 아닐 수 없다.

이 반가운 비,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비, 즉 희우라는 이름의 정자가 현재의 합정동에 있었으며, 심지어 그 이름을 세종께서 지으셨다는 기사가 <세종실록>에 남아 있다.


임금이 (농사 상황을 시찰하러 나가셨는데) 홍제원洪濟院·양철원良哲院에서 영서역迎曙驛 갈두 들에 이르기까지 고삐를 잡고 천천히 가는 길에 ·보리가 무성한 것을 보고, 임금이 흔연히 기쁜 빛을 띠고 정자 위에 올라 잔치를 벌이는데, 마침 비가 좍좍 내려서 잠깐 사이에 들에 물이 흡족하니, 임금이 매우 기뻐서 이에 정자의 이름을 희우정喜雨亭이라고 지었다. (세종실록 7년 5월 13일) 


희우정이라는 이름은 실록에 그 유래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인 두보甫(712-770)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한다.

역시 당송팔대가로 평가되는 두 사람, 즉 구양수歐陽修(1007-1072)와 소식蘇軾(1037-1101)의 편지를 엮은 책인 <구소수간歐蘇手簡>을 세종께서 어린 시절에 독파하셨다는 실록의 기사(세종실록 5년 12월 23일단종실록 1년 6월 13일명종실록 1년 6월 9일)를 보면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節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生 봄이 되니 이내 내리네.
夜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聲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소리도 없이.

黑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두운데
明 강 위의 배만 홀로 불빛만 밝네.
處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城 꽃들이 겹겹이 금관성에 피었네.


<춘야희우>는 조선 후기의 문인 화가인 심사정(, 1707-1769)의 그림에 일부가 화제畫題로도 적혀 있다.

<강상야박도江上夜泊圖(강 위에서 밤에 정박한 (배의) 그림)>의 상단에서 黑 가 보인다(고 한다. 찾은 그림마다 상단이 잘려서 전체가 내 육안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심사정의 불행했던 가정사를 생각하면 '희우'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싶다가도, 그렇게 예술은 승화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1747년, 국립중앙박물관)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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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오후 6시에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되는 <세종, 풍류를 만나다>.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이 준비하고, '세종이야기꾼' 오채원이 들려드리는 실록 속 이야기들, 그리고 그를 표현한 음악으로 1시간을 채울 예정입니다.

딱딱한 역사를 벗어나 '인간 세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지요.

세종이 세자로 간택되고 즉위식을 올리는 장면을 묘사한 창작곡, 훈민정음해례를 재해석한 랩 등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곡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세종 탄신 620돌을 맞이하는 날이자 스승의 날인 5월 15일, '겨레의 스승' 세종을 만나러 오셔요.


* 관련 기사 :

https://goo.gl/ovuhVq

https://goo.gl/3F3HxH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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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부터 봄과 가을에 진행되어, 이제 5회를 맞은 <세종영릉 별빛음악회>.

시기와 주제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는데, 이번에는 <세종과 천문>이야기였습니다.

음악회 전후로, 영릉 마당에 있는 천문기구에 대한 해설, 그리고 별자리 관측도 곁들여서 학습과 감동이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음악회를 위해 멀리 전라도 남원에서 오신 역사 천문 전문가인 장현근 선생님(북원태학장).

제가 <세종과 천문>에 대해 질문을 구하고, 선생님께서 답해주시는 더블MC체제로 진행했습니다.

아, 눈에 띄는 저 빨간 넥타이에 대해 말씀드려야겠군요.

장현근 선생님께서는 날이 날인만큼 특별히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가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하셨다고 합니다.



왕릉에는 나무가 많아 운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소나무입니다.

그런데 하필 황사에 미세먼지로 인해 재난경보가 발령된 이날, 송화가루까지 한몫을 더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까지 불어서, 예약하신 분들이 많이 못 오시겠구나 염려했답니다.

야외 행사는 날씨가 좌우한다고들 하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함께 자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신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너무 활짝 웃어서 채신없다 싶다가도 많은 분들 앞에 서면 그런 염려를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이 사진 왼쪽에 있는 스크린의 그림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주제가 <세종과 천문>인만큼 실록 기사를 읽고, 또 천문과학기구에 담겨진 세종의 자주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음악회이니 음악이 빠질 수 없겠지요?

주제에 맞춰 세종에 대한 노래 그리고 달, 별, 시계 등을 표현한 연주곡을 밝은 달빛과 별빛 아래에서 듣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연주들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곡이 세 곡 있습니다.

거문고 연주곡 '달무리', 비파 연주곡 '포의풍류布衣風流', 그리고 매번 들을 때마다 좋은 노래 '아, 세종!'.




저녁 7시 반에 시작하는 한 시간짜리 음악회를 위해, 저는 아침 5시 반에 기상하여 준비를 했답니다.

품격 있고 감동적인 무대를 위해서는 진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그리고 그것이 발현된 차림새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를 위해 헤어디자이너께서 한껏 솜씨를 부려주셨는데, '신라 공주님' 납시었다고 여러분들께 인사 말씀 들었습니다(조선 왕릉에 신라 공주라니요).

이렇게 여러 분들의 노고가 있어 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아, 이 감상에서 빠져나와, 다음주에 예정된 음악회들의 원고를 또 손봐야겠습니다.

다음 음악회에 대해서는 곧 포스팅하겠습니다.

Posted by 오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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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우묵하면 많은 물이 모이고, 사람이 실패하면 많은 욕이 돌아온다."
[地窪(則)衆流所鍾, 人敗(則)衆惡所歸。]
(중종실록 6년 12월 8일)

예나 지금이나 실패는 무셔운 것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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